컨텐츠를 즐기는 사람이 있으면 컨텐츠를 만드는 사람이 있기 마련이다. 인터넷 시대의 발달로 컨텐츠의 개념은 이전보다 광범위한 의미를 가지게 되었는데, 특정 파트는 온라인 사회에 접속하는 유져 스스로 소비자임과 동시에 생산자의 역할을 분담할 수 있는 공개된 분야가 있지만, 컨텐츠를 생산하기 위해서는 전문적인 기술과 하드웨어를 필요로 하는 부분도 있어, 보다 고수준의 컨텐츠를 제공받을 수 있는 기회도 있다.  

고수준 컨텐츠의 일부분은 별다른 비용부담 없이 온라인 상으로 즐길수 있는 경우도 있지만, 하나의 컨텐츠를 생산하기 위하여 오랜 시간과 비용이 투자된 경우에는 사용자가 일정비용의 유료 요금을 지불해야만 특정 컨텐츠를 이용할 수 있는 경우도 심심치 않게 찾아볼 수 있다. 대표적인 케이스가 오랜기간 프로그래밍 작업이 게임 패키지나 프로그램 패키지 기타 온라인 서비스 등등이라고 할 수 있을 듯.

그렇다면 유료화된 컨텐츠를 작성하는 데에는 어떤 도구들이 필요한 것일까 ? 그것은 컨텐츠의 성격에 따라 다른 부분이겠지만, 프로그래밍 쪽이라면 높은 가격의 언어 패키지가, 3D 그래픽을 기반으로 한 컨텐츠라면 고가형 3D 그래픽 가속기가, 온라인 데이터 전송이 주로 이루어지는 서비스라면 빠른 CPU 처리성능과 대역폭이 큰 웹서버가 필요하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오늘 프리뷰로써 살펴볼 제품은 전문가형 그래픽 가속기 시장에 본격적으로 도전장을 낸 ATI FIRE GL 8800 그래픽 가속기다.

기본적인 보드의 레이아웃은 여타 ATI 그래픽 보드와 크게 다르지 않다. 보드 중앙에는 RADEON 8800 코어가 위치해 있으며, 코어를 중심으로 위쪽과 오른쪽에 메모리 컴포넌트가 장착되어 있는 구조이다. 안정적인 전원 공급을 위하여 군데군데 캐패시터가 위치해 있는 디자인 역시 ATI 레퍼런스 원형의 모습을 그대로 답습하고 있는 부분.

ATI 가 PC 그래픽 보드 분야에서 GPU 전문 공급업체로 방향을 전환할 것이라는 설도 있지만, FIRE GL 계열은 전문가용 3D 그래픽 보드로써 신뢰성과 안정성을 겸비하여야 하기 때문에, 당분간은 ATI 내부에서 자체기술로만 제조할 것으로 보인다. 사진에서 살펴볼 수 있는 "MADE IN CANADA" 가 ATI 의 작은 의지를 확인할 수 있는 부분.

보드에 장착된 부품 중에서 가장 핵심적인 파트인 GPU 코어는 RADEON 8800 코어를 채택하고 있다. 이름 때문에 다소 혼동할 여지가 있지만, FIRE GL 8800 보드에 내장된 RADEON 8800 칩셋은 현재 ATI 가 차세대 그래픽 칩셋중 하나로 개발하고 있는 RADEON 8800 칩셋 (RV250) 이 아니다.  

FIRE GL 8800(이후 FG 8800 으로 부르겠다) 안에 내장된 GPU 는 RADEON 8500 (R200) 의 기본 아키텍쳐를 근간으로, 칩 레벨상에서 전문적인 3D 가속 기능 최적화가 진행된, R200 프로세서의 진화형 버전이라고 알려지고 있다. 이 때문에 FG 8800 의 GPU 코드 네임을 R200 이 아닌 R200W 라고 부르는 경우도 있지만, 기본이 되는 코어 아키텍쳐는 RADEON 8500 보드에 사용된 R200 프로세서인 것은 확실하다. 어쨌든 FG 8800 은 R200 프로세서를 기반으로 하고 있기 때문에, 픽셀 쉐이더 및 버텍스 쉐이더 그래픽 가속을 수행할 수 있고, DirectX 8.1 및 OpenGL 1.3 규격을 만족시키는 하드웨어 스펙을 가지고 있다. 

▲  IBM 의 RC/GT 프로세서를 근간으로 한 구형(?) FireGL 보드 

FG 8800 가 시장에 던지는 또다른 의미는, 기존의 FG 계열과는 다른 코어를 사용했다는 점이다. 기존에 출시된 FG 보드들은 IBM에서 개발한 RC/GT 프로세서를 바탕으로 이에 최적화된 디자인으로 제작된 그래픽 가속기라고 할 수 있었지만, 새롭게 출시되는 FG 8800 는 ATI에서 독자적으로 개발한 RADEON 8800 (Optimize for 3D Graphics) 을 사용하여 전문가용 3D 가속보드 시장에 도전장을 내밀었다는 것. nVIDIA 가 Quadro 계열을 3D 그래픽 가속 시장의 기수로 삼았다면, ATI 역시 자사가 개발한 R200 코어에 기반한 제품군으로 대응하겠다는 의지라고 할 수 있다. 남은 부분은 실제적인 3D 그래픽 작업 환경에서 어떤 제품이 보다 나은 호환성과 성능을 보여줄 것인가 하는 부분인데, 이 부분은 제품을  사용해본 유져 및 개발자들의 의견교환과 평가에 따라 달라질 부분일 것이다.  

당연하겠지만, RADEON 8800 코어 위에는 GPU에서 발생한 열을 효율적으로 식혀주기 위한 쿨러가 달려있다. 기본적으로 볼베어링 방식의 쿨러를 채택하고 있고, 코어와 쿨러의 열전도성을 극대화하기 위하여 일반적인 저가형 구리스가 아닌, 고급형 열전도 패드를 사용하고 있다.  

메모리는 Infineon 사의 3.3ns DDR SGRAM을 사용함으로써 고속의 데이터 전송에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도록 설계되어 있다. 전체 메모리 용량 역시 128MB 로, 대용량 텍스쳐 관리 및 3D 이펙트 구현이 자유로운 것이 특징. BGA 타입의 메모리를 사용하여 발열처리 부분에 장점을 가지는 것도 FG 8800 의 특징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  DVI + D-SUB, 듀얼 디스플레이 지원

▲  HYDRAVISION 제어판

출력 포트로는 일반 D-SUB 포트 및 DVI 포트를 제공하고 있다. R200 프로세서를 근간으로 제작되었기 때문에, HYDRAVISION 기술을 통한 듀얼 디스플레이가 지원이 되어, 보다 넓은 화면으로 작업환경을 구성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D-SUB 포트를 통한 최대 해상도 지원은 2048x1536@75Hz 까지 지원되고, DVI 포트를 통한 디지털 디스플레이 장치의 최대 해상도 지원은 1600x1200@60Hz 까지 지원된다.

드라이버 지원

드라이버 항목은 의외로 조촐한 편이다. 기본적으로 감마 보정 및 모니터 튜닝 Adjustment  탭이 들어가 있고, 시스템에 장착된 FG 8800 의 기본적인 스펙 및 동작환경을 알려주는 Information 탭이 있으며, 각각의 3D 그래픽 개발 프로그램에 대해 최적화된 프로파일 셋팅 값이 마련되어 있는 Configuration 탭이 마련되어 있다.

Configuration 탭에는 3D 그래픽 프로그램으로 각각의 영역에서 이름을 떨치고 있는 소프트 이미지, 트루스페이스, 마야, 라이트웨이브, 3D Studio Max 등등에 대한 프로파일 셋팅이 마련되어 있어, 각각의 프로그램을 실행하기 전에 이들 프로파일 셋팅값을 로딩하여 최적의 퍼포먼스를 낼 수 있도록 지원해 주고 있다. 참고로 Configuration 탭에 마련되어 있는 프로그램 프로파일 셋팅값은 총 32개가 제공되고 있다.

테스트 셋업

기실 성능 테스트라고 이름 붙이기엔 어색한 것이 사실이다. 보다 정확한 성능 테스트를 하기 위해선 동급 경쟁상대라고 평가할만한 하드웨어 및 S/W 구성으로 전문적인 3D 가속성능을 테스트 해보아야 하지만, 형편상 그러한 조건을 충족시킬 수 없었기 때문에, 일반적인 범용 3D 그래픽 카드와 FG 8800 의 퍼포먼스 차이에 대해 간단히 살펴보고자 한다.

SPECviewperf 6.1.2

몇가지 Viewport 테스트를 통하여, OpenGL 가속성능을 측정해 볼 수 있는 SPECviewpref 6.1.2 벤치마크 프로그램으로 테스트 해 보았다. 테스트 항목에 따라 약간씩 다른 성능차이를 보여주고 있는데, AWadvs-04 테스트나 DRV-07 테스트에서는 그 성능 향상 폭이 그다지 크지 않지만, DX-06 나 ProCDRS-03 테스트에서는 2배 혹은 3배만큼 퍼포먼스 향상이 이루어짐으로써, FG 8800 이 일반적인 범용 3D 그래픽 카드와는 차별화된 전문가형 그래픽 보드라는 것을 알 수가 있다.

특히 FG 8800 에 사용된 GPU 가 R200 프로세서에 기반한 코어임을 감안해 본다면, ATI 가 SonicBlue 로부터 FireGL 사업부분을 인수함으로써, RADEON 계열의 약점이었던 OpenGL 가속 기술을 상당히 큰 폭으로 레벨업 시켰다는 것을 알 수가 있다. 물론 이러한 레벨업은 일차적으로 FireGL 계열에 투자되어 그 가치를 뽐내고 있지만, 차후 ATI에서 출시되는 RADEON 후속버전의 코어에 상당히 강한 영향력을 미칠것이기에, ATI 의 차세대 코어에 대한 기대치를 상승시키는 원인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전문가형 그래픽 가속기의 한 축을 담당할 제품, FIRE GL 8800

독자들도 잘 아시다시피 특정 분야에서 한 기업이 모든 것을 독점하는 형태는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분명 nVIDIA 가 3D 그래픽 분야를 진보화 시키고 있는 것은 부정할 필요는 없지만, GeForce 로 대변되는 nVIDIA 의 그래픽 카드 솔루션이 그래픽 카드 시장의 전부를 잠식하는 것은 글쎄, 조금은 우려할만한 부분이 아닐까 싶다.

현재 nVIDIA 계열에 대응할 있는 여력을 가진 회사는 역시 ATI 밖에 없다. GeForce 계열이 시장에서 강항 영향력을 펼치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ATI 역시 RADEON 코어를 중심으로 다양한 제품군을 출시함으로써, 소비자들에게 폭넓은 선택의 기회를 보장해 주고 있다. 다만 ATI 로써 핸디캡이라고 한다면, nVIDIA 의 Quadro 계열에 대응할만한 솔루션이 없었다는 사실. 물론 FireGL 계열을 인수하여 그래픽 가속기 시장에 분명히 하나의 솔루션을 제공하고 있었지만, 자사의 기술이 아니기에, 그 상징적인 의미는 진취적인 의미를 갖지 못했다.

그러나 이번에 출시된 FIRE GL 8800 은 명실공히, ATI 자체 기술로써 생산된 첫 번째 그래픽 가속기라는 의미에서 그 가치가 크다고 할 수 있다. 과거 FIRE GL 계열이 가졌던 사용자의 인식은 결코 부정적인 것이 아니었기 때문에, ATI 가 꾸준한 제품 개발과 함께 지속적인 서비스를 제공한다면, nVIDIA 에 대항할 수 있는 새로운 신무기로써 성장시킬 수도 있을 듯.

물론 낙관적인 미래를 이끌어 내기 위해서는, ATI 의 기술로 새롭게 태어난 FIRE GL 8800이 시장에서 좋은 평가를 받아야만 한다. 필자의 지식 한계로 FIRE GL 계열의 장점을 속 시원히 밝혀드리지 못해 유감스럽지만, 한가지 사실은 분명히 알 수가 있다. 이젠 더 이상 Quadro 계열만이 3D 그래픽 가속기의 유일한 대안은 아니라는 것이다. nVIDIA 에게 Quadro 가 있다면 ATI 에게는 자신들의 기술로 새롭게 태어난 FIRE GL 계열이 있다고 자신있게 말할 수 있을 테니까.